나도 어디 가서 되게 상냥하고 공손한 말투를 쓰는 사람은 아닌데,
남학생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면, 이게 싸우는 건지 아닌지 분간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.
얼마 전에는 어떤 반 학생들이 진회색거미 학생에게 왜 어젯 밤 인터넷 게임에 참여를 하지 않았냐며
공부를 열심히 해서 그런 것 아니냐며 비꼬는 것처럼 말을 했고, 진회색거미 학생은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넷플릭스를 보느라 깜빡한 것이라고 우기고 있었다. 다른 학생들이 '그렇게 공부 열심히 해서 이번에 반 1등을 하겠다'고 말하자 진회색거미 학생 그런 게 아니라며 어쩔 줄 몰라 했고, 그 모습을 보고 내가 개입을 하고 싶었다.
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게 당연한 건데, 왜 공부를 했다고 비꼬고 놀리냐고 했더니 학생들이 놀린 게 아니라 진짜 부러워서 말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.
나는 그렇게 들리지 않는데 자신들이 그렇게 말했다고 하면 뭐라고 할 말이 없다.
예를 들어 수업 시간에 나한테 욕을 한 것 같아서 일으켜 세워도 '선생님한테 한 것이 아니다' 혹은 '욕을 한 게 아니라 비슷한 말을 했다'고 우기면 뭐라고 할 말이 없다.
너네는 그렇게 놀린 게 아니어도 놀리는 것처럼 들려서 진회색거미 학생이 상처받지 않았겠냐 하니
한 학생이 "쌤, 억까ㄴㄴ"라고 했다.
저번에는 '억까'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알아듣지 못했지만, 이번에는 그 뜻이 뭔지 알아듣고, "okay"라고 답을 했더니
한 학생이 나더러 MZ 세대 같다고 하면서 다 같이 웃어서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