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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, 요즘에 교권이 무너졌다고 하지만 그 사실을 까먹을 만큼 학생들이 순하고 착하다. 사춘기에 접어든 학생들은 어른들의 잔소리를 귀찮아하고 어른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 자체를 싫어할 법도 한데 어떤 학생은 월요일이 되면 나를 쫓아다니며 자신이 주말에 뭘 했는지 미주알고주알 말을 해준다. 나는 이야깃거리가 잔뜩 있어 보이는 초롱초롱한 눈의 그 학생을 복도에서 마주치면 괜히 귀찮은 척을 하며 장난을 치지만, 그 학생은 나의 그런 표정을 오히려 재미있어하며 내 옆에서 쫑알쫑알 떠들고, 그 모습이 정말 귀엽다.
하루는 복도 저 멀리서 나를 쫓아오더니 "저 지난 주말에 뭐 했는지 아세요?"라고 묻길래 장난치려고 "난 당연히 모르지."라고 답을 했다. 당황한 그 학생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"선생님, 혹시 'T'예요?"라고 물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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