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Diary of Teacher Holy

Prologue 2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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당시 나는 임용 시험 재수를 준비하면서 짧은 기간제나 시간 강사로 학원비를 벌며 생활하고 있었고, 

나에게는 임용 시험을 한 번에 합격한 중학교 교사 친구가 있었다. 

그 친구는 미래가 보장된 공무원이 되어 자신감이 넘쳤고, 매일 선을 보고 직장인 동호회 활동을 하며 짝을 찾고 있었다. 

반면에 나는 그런 친구의 모습을 나 자신과 비교하며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. 

친구는 매일 정시 퇴근을 한 후 나에게 놀자고 졸랐고, 나는 공부를 해야 한다며 자주 약속을 거절했다. 

친구는 나에게 '왜 한 번에 합격하지 못해서 나와 놀아주지 않느냐'라며 투정을 부렸고 나는 그 말에 상처를 받았다. 

 

어느 날 그 친구가 직장인 동호회에서 만난 남자에 대한 얘기를 했다. 

그 남자는 내 친구에게 관심을 보이며 어느 날은 술을 마시고 과한 스킨십을 시도한, 질이 나쁜 남자처럼 보였는데 친구는 그런 나쁜 남자의 관심이 싫지 않은 듯했다. 

그 남자가 친구에게 자꾸 어떤 일을 하냐 물었고, 친구는 본인의 일을 숨기다가 그냥 '00 중학교 정교사'라고 말을 해줬다고 한다. 그리고 그 이후에 그 남자가 내 친구에게 관심을 싹 끊고 못 본 척 한다고 속상해했다. 친구는 그 남자가 생각하는 '수준'보다 내 친구가 너무 높아서 포기한 것 같다며 그냥 기간제 교사라고 뻥을 칠 걸 그랬다고 아쉬워했는데, 

당시 시간 강사로 학원비를 벌며 재수를 하고 있는 나는 그 말을 듣고 자존감이 땅을 뚫고 내려갔다. 

내 인생 처음 맛보는 '재수생활'은 이미 조금 창피했는데, 시험 준비를 하면서 잠시 갖게 된 나의 직업을 친구가 무시하는 발언을 하니, 다른 사람들도 당연히 나를 무시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.

그 해 시험은 또 1차에서조차 불합격이었고, 더 이상 시간 강사나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시험 공부를 병행할 용기가 나지 않던 나는 다른 일을 찾게 되었다.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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